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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정보

'고기 없는 음식'이 이렇게 맛있을 일? 사찰음식의 철학과 건강 이야기

by rosssa 2025. 6. 9.

'고기 없는 음식'이 이렇게 맛있을 일? 사찰음식의 철학과 건강 이야기

 

사찰음식의-철학과-건강

요즘 들어 부쩍 마음이 어수선하다 싶을 때면 저는 나물 반찬 하나에 따끈한 밥 한 공기를 떠올리곤 합니다. 어릴 때는 그저 ‘반찬이 없네’라고 투정하던 나물이 이제는 제게 가장 위로가 되는 음식이 되었어요. 자연의 맛을 온전히 느끼는 그 단순하고도 깊은 풍미. 그 정점에는 바로 ‘사찰음식’이 있습니다.

사찰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몇 년 전. 한 사찰음식 전문 식당에서 도토리묵 무침과 연근 조림을 처음 맛보면서부터였어요. ‘간이 약하겠지’, ‘심심하겠지’ 했던 제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감동적인 맛이었죠. 짜지도, 맵지도 않은데 이상하게도 계속 젓가락이 가는 그 느낌. 지금도 또렷이 기억납니다.

그 이후로 사찰음식에 관한 책도 읽고, 다큐도 찾아보고, 사찰음식 프로그램도 챙겨보게 되었는데요. 최근에는 한 기사를 보며 다시 한번 사찰음식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답니다.

 

🌿 2만 명이 찾은 ‘절밥’의 매력

지난 6월 7~8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제4회 사찰음식 대축제’에는 이틀 동안 무려 2만여 명이 다녀갔습니다. 사전 등록자만 1만 5000명으로 집계됐고, 그 가운데 2030 세대가 57%를 차지해 젊은 층의 관심을 실감하게 했어요.

사찰음식대축제
출처_한국경제

행사장에서는 사찰음식 명장 스님들의 강연·요리 시연과 ‘음식 명상’ 프로그램이 이어졌고, 표고버섯탕탕이찌개·시래기고추장구이 같은 절밥을 직접 맛보는 시식·체험 부스도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번 축제는 5월 19일 사찰음식이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것을 기념해 열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었다고 합니다.

 

🍀 사찰음식엔 왜 고기가 없을까?

많은 분들이 처음에는 ‘사찰음식은 왜 고기도 없고 자극적인 맛도 없을까?’ 궁금해하시곤 해요. 그 이유는 사찰음식이 단순한 ‘채식 요리’가 아니라 불교 수행의 연장선에 있는 ‘수행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사찰음식
출처_파이낸셜뉴스

불교에서는 생명을 해치지 않는 것을 가장 큰 덕목으로 여깁니다. 고기는 물론 오신채라 불리는 마늘·파·부추·달래·흥거 등 강한 자극을 주는 채소도 쓰지 않아요. 자극적인 향은 번뇌를 일으키기 쉽기 때문이라고 해요.

또한 사찰에서는 음식 하나를 만들 때에도 ‘이 식재료는 누가 주었는가’, ‘이 음식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계속해서 떠올린다고 합니다. 요리를 하는 행위 자체가 명상이 되는 셈이죠. 그래서 음식이 단순히 배를 채우는 도구가 아니라 마음을 맑게 하고 수행을 도와주는 도구가 되는 거예요.

 

🌱 사찰음식, 몸에도 마음에도 이로운 이유

사찰음식이 단순히 철학만 있는 음식은 아닙니다. 과학적으로도 상당히 건강한 식단이죠.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사찰음식
출처_매일일보

  • 기본은 제철 채소와 곡물 :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계절마다 가장 영양이 풍부한 식재료를 사용합니다.
  • 발효 음식이 기본 : 된장, 간장, 청국장, 장아찌 등은 장 건강을 돕고 면역력을 높여줍니다.
  • 인공 조미료 없이 깊은 맛 : 다시마, 무, 버섯, 말린 채소 등을 우려낸 육수로 감칠맛을 냅니다.
  • 조리법도 건강하게 : 튀기거나 기름을 많이 쓰는 방식 대신 삶고 찌고 무치는 방식을 택해요.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현대인의 식습관이 놓치기 쉬운 요소들이 사찰음식에는 다 들어 있는 것 같지 않으세요?

 

🧘‍♀️ ‘음식도 수행이다’라는 마음

제가 언젠가 사찰에서 직접 사찰음식을 먹어보는 것이 작은 소원인데요. 그 이유는 단순히 ‘음식 맛’ 때문만은 아닙니다.

사찰

조용한 숲길을 따라 걷다가 도착한 절에서 스님들과 함께 나란히 앉아 음식을 대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 숟갈 떠보는 그 순간. 상상만 해도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입니다.

사찰음식은 만드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그 과정에서 마음을 다스리게 합니다. 요리를 준비하면서 재료 하나하나에 정성을 담고, 먹는 순간에도 말을 아끼고 음식의 온도와 향을 음미하죠. 그렇게 ‘슬로우 푸드’ 이상의 의미를 지닌 하나의 명상이 되는 것입니다.

 

🎀 마치며

사찰음식을 먹는다고 당장 고요해지는 건 아닐 거예요. 하지만 오늘 하루. 자극적인 음식 대신 나물 하나에 따뜻한 밥 한 공기를 올려놓고 천천히 씹어보는 건 어떨까요?

어쩌면 마음도 조금은 맑아질지 모릅니다.

기회가 된다면 저도 직접 사찰에 가서 그 정갈한 한 상을 경험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