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주의 음악
'클래식'이라고 하면 누구나 알고 있는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누구나 편하게 접근하지는 못하는 장르입니다. 우리는 보통 클래식 음악을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서양의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에서 '고전'이라는 것은 대중음악에 상대적인 말로 쓰이거나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와 같은 시대의 음악을 뜻하는 의미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classic'의 어원은 라틴어 'classicus'로 원래는 상층 시민 계급을 뜻하는 말이었으나 이후 '뛰어난 것'이라는 평가적인 의미로 진화되었습니다. 문학분야에서는 품위 있고, 지속적으로 모범적인 것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클래식의 특징은 완성되고 조화가 이루어진 형식미라고 표현할 수 있으며, 이는 파격적이고 감각적인 양식인 바로크에 반하여 18세기 중반에 일어났던 창작 태도를 가리킵니다. 고전주의 음악은 윤곽이 확실하고 간결하며 논리와 이치에 합당한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민족적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이고, 지방적이라기보다는 국제적인 색깔을 지니고 있습니다.
타 음악의 역사적인 분류도 그러하지만 고전음악 역시 시기를 엄격하게 구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고전적인 특징을 가진 음악 양식은 이미 바로크 후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했고, 많은 양의 바로크 시대의 음악 양식은 고전주의 시대에서 이름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이 시기를 정의 내릴 수 있는 음악적인 특징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18세기 후반은 유럽 사회의 기존체제 몰락과 새롭게 확립된 정치 및 경제 체제가 이루어지는 독특한 시기로 힘의 중심이 귀족에서 중산층으로 넘어가던 때였습니다. 특히 이 시기의 생활양식은 지적으로 향상되었고, 과학은 누부시게 진보하였습니다.
7년 전쟁과 미국의 독립, 프랑스 혁명 등은 유럽 사회의 정치적 변화를 급격하게 요구하였고 고야, 다비드 등의 예술 작품 및 칸트 철학, 루소 등의 문학 작품들로 인하여 사람들의 지적인 삶의 질이 향상되었습니다. 종두법 및 산소와 수소의 발견 등은 과학분야를 눈부시게 발전시켰고, 증기기관과 전동기 등의 발명은 산업혁명이라는 기술적 진보로 이어졌습니다. 고전주의 시대는 이러한 개혁과 개화, 과학 및 산업사회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또한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고 인간생활의 진보에 힘을 쓰는 계몽주의 시대였습니다.
고전주의 음악의 시작
고전주의 음악에 큰 영향을 끼친 18세기의 사상으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18세기는 범세계적 시대로 한 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바로크 시대 중반부터 고전 및 낭만주의 시대를 '커먼 프랙티스 시대'라고 부릅니다.
두 번째, 이 시대는 인간존재를 중요시하는 인본주의 시대였습니다. 중산층이 힘의 중심으로 옮겨가며 예술과 학문이 대중화가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소수보다는 대중을 의식하며 음악에서도 후원보다 청중이 중심이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일반인들을 위한 악보의 인쇄가 늘어났으며 음악 관련 뉴스나 비평을 위한 잡지들도 탄생하는 등 음악 저널리즘이 시작되었습니다.
세 번째, 계몽주의 시대는 자유로운 글을 쓸 수 있는 산문의 시대였습니다. 논리적인 것을 추구했던 이 시대는 무겁거나 성대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음악이란 다른 예술과 같이 자연을 본받고, 소리로써 듣는 이들의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분야의 뛰어난 작가였던 루소는 "자연으로 돌아가라"라고 주장하였듯이 복잡하고 어려운 작품이 아닌 간단하면서도 명확한 것을 대중들은 원했던 것입니다.
이런 음악은 소수의 배운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화려한 대위법 방식의 난해함을 피하고, 듣기에 좋은 소리들의 조합으로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는 예술이 되었습니다. 모차르트의 음악이 듣기 쉽고 편하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이러한 분위기의 사회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향으로 음악은 간략하면서도 뚜렷하고 꾸밈없는 선율을 선택하였고, 'homophony' 즉, 화성음악으로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화성음악은 하나의 주성부를 나머지가 화성적으로 반주하는 음악을 말합니다. 또한 정형화된 형식미를 추구함으로써 모든 방식이 정해진 주제 안에서 바뀌고, 발전되었습니다.
소나타 형식이 이것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고전주의 양식은 요한 슈타미츠를 비롯한 독일의 만하임 악파 작곡가들에 의해 기초가 세워졌으며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으로 이루어진 빈 악파에 의해 더욱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문학과 미술의 고전주의 시대는 18세기 중반보다 더 일찍 시작되었지만 음악의 고전주의는 그 후에 나타나 19세기 초 타 분야에서는 벌써 낭만주의 특성이 보이고 있었습니다. 빈 악파의 후기 작품들에서도 낭만주의 경향이 나타납니다.
고전주의 음악의 발전
음악의 중심이 독일로 이동하며 음악가들은 장·단음계 체계의 한계를 광범위하게 탐구하였고, 기악곡을 위한 대규모 형식을 확립하고 발전시켰습니다. 또한 소나타 형식을 발견하고 실내악, 협주곡 및 교향곡 등의 여러가지 연주 형태를 확립하였습니다. 이렇게 음악의 고전주의는 최고로 뛰어난 상태를 말하는데 그중에서도 비엔나 악파가 가장 적합합니다. 비엔나 악파의 작품들은 후세의 음악가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수준이며 그들의 악곡 구조들은 논리적이면서도 다양한 정서표현을 할 수 있어 음악에 대한 세계가 새롭게 창조되었던 것입니다.
고전주의 시대의 종교음악은 제자리에 머물며 바흐와 같은 대가들도 잊혀지고 있었지만 하이든의 <천지창조>, 베토벤의 <장엄미사> 등과 같은 훌륭한 작품들은 이때에도 계속 작곡되었습니다.
바로크 시대 말부터 야기되었된 이탈리아 나폴리 오페라의 문제점이 제기되며 오페라 개혁 운동이 글룩에 의하여 실행되었습니다. 오페라 개혁 운동에서 오페라는 성악적인 기교만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 연기, 무용, 무대장치 등이 모두 결합된 종합예술이라는 것을 규정하였습니다. 모차르트는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등을 내놓으며 이 시대에 가장 뛰어난 오페라 작곡가임을 증명하였습니다. 이 곡들은 현재에도 가장 인기 있는 오페라 중의 하나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만약 고전주의라는 말을 '전통적인 형태를 지키는 것'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면 비엔나 악파의 작곡가들에게는 맞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전통적인 형태를 지키기보다는 새로운 음악 형태를 만들기 위해 용기 있는 도전을 하였고 그렇게 오늘날 우리는 하이든과 모차르트 그리고 베토벤의 최고의 걸작들을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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