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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정보

프란치스코 교황,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빛이 된 사람

by rosssa 2025. 4. 22.

프란치스코 교황,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빛이 된 사람

 

2025년 4월 21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선종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문득 2014년 여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뵈었던 그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시던 그날 교황님은 수많은 신자들 앞에서 아이처럼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셨고, 그 모습은 제 마음 깊이 각인되어 지금까지도 선명합니다. 그때 저는 한 명의 신자로서 그 자리에 있었고, 그분의 미소와 눈빛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교황프란치스코
출처_굿모닝충청

그래서일까요. 이번 선종 소식은 단지 한 분의 종교 지도자가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가 아니라 참된 사랑과 겸손을 몸소 보여주셨던 한 분의 ‘사람’과 이별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바티칸을 넘어 전 세계가 애도에 잠긴 이유도 그분이 ‘교황’이라는 직함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나누려 하셨으니까요.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된 ‘가난한 이를 위한’ 길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본명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Jorge Mario Bergoglio)입니다. 1936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에는 화학을 공부하기도 했고, 한때는 댄스를 즐기던 평범한 청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신학의 길을 택했고, 1958년 예수회에 입회하여 사제의 삶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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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vaticannews

그의 삶은 언제나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라는 철학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사제 시절에도 늘 빈민가에서 사목활동을 이어갔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신자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살아갔죠. 이러한 그의 삶은 2013년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교황 ‘프란치스코’ - 이름 속에 담긴 정신

그가 선택한 교황명 '프란치스코'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교황이 되면 새로운 이름을 정하는 것이 관례인데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성 프란치스코 아시시'를 본받겠다는 뜻에서 이 이름을 택하셨습니다.

소형자동차
출처_연합뉴스

성 프란치스코는 중세 시대에 가난한 사람들과 자연을 사랑했던 수도자로 “나는 가진 것을 모두 버리고, 가장 낮은 자들과 함께하겠다”고 선언했던 인물이었습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이 이름을 통해 자신이 어떤 교황이 되기를 원하는지 분명히 보여주셨습니다.

실제로 그는 고급 궁전 대신 작은 게스트하우스를 거처로 삼았고, 호화로운 의전 대신 낡은 자동차와 손수건, 그리고 따뜻한 미소 하나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마지막 부활절, 그리고 우리에게 남긴 말

선종 소식이 전해지기 전 교황님은 부활절을 앞두고 마지막 공식 일정을 소화하셨습니다. 병원 퇴원 후에도 레비나 코엘리 교도소를 찾아 재소자들과 대화를 나누셨고, 부활절 당일에는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미사에 참석하셨습니다.

부활절미사
출처_vaticannews

이 자리에서 교황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행복한 부활절을 기원합니다.

이 짧은 인사가 교황님의 마지막 공개 발언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분은 부활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기에 삶의 마지막까지도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으셨던 건 아닐까요?

 

종교를 넘어선 감동, 왜 전 세계가 애도하는가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단지 천주교 신자들만의 지도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인류 전체를 향한 사랑을 실천하며 종교의 경계를 넘나드는 따뜻한 울림을 주셨죠.

종교를-넘어선-감동
출처_vaticannews

특히 환경 문제에 대한 경고와 실천은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통해 “지구는 우리 모두의 공동의 집”이라고 선언하며 기후 변화와 소비 중심 사회의 위기를 경고하셨습니다. 이 회칙은 종교계를 넘어 정치·경제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 UN과 각국 정부의 정책에도 반영되었습니다.

또한 동성애자, 난민, 이슬람 신자 등 소외받는 이들을 향해 “하느님은 당신을 사랑하신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다름을 품으려는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셨습니다.

그의 진심 어린 포용력은 누구에게나 위로가 되었고, 세상은 그를 ‘가장 인간적인 교황’이라 불렀습니다.

 

마치며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제 세상 곁을 떠나셨지만 그분이 보여주신 겸손과 사랑은 오래도록 우리 기억 속에 남을 것입니다. 평소 종교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교황님의 말과 삶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위로를 받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분의 존재는 ‘신앙’이 아니라 ‘사람’ 그 자체로 우리 곁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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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vaticannews

이제 우리는 그가 남긴 질문을 곱씹어 보게 됩니다.

“여러분, 지금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리고 우리는 그 곁에 얼마나 가까이 있습니까?”

프란치스코 교황님, 당신의 따뜻한 발자취를 잊지 않겠습니다. 평안히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