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의 문화, 오세아니아를 만나다 - 모아나 그리고 ‘마나 모아나’ 전시회
우리는 일상에서 유럽이나 동아시아, 심지어 아프리카 문화까지는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오세아니아’라는 이름은 조금 낯설게 느껴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그랬어요. 그러다 우연히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를 본 뒤로 이 문화권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국내 최초로 오세아니아 문화권을 소개하는 전시회, ‘마나 모아나 - 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 바다를 길 삼아 살아온 사람들, 오세아니아
오세아니아는 흔히 남태평양 지역의 섬들을 통칭하는데요. 크게 멜라네시아, 폴리네시아, 미크로네시아로 나뉩니다. 지도를 보면 점점이 흩어진 작은 섬들이 전부인데 놀랍게도 이들은 오래전부터 거친 바다를 항해하며 서로 다른 섬들을 오가고 문화와 언어, 삶의 방식까지 공유해 왔습니다.
이들에게 바다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며 길이자 신성한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오세아니아 문화를 이해하려면 먼저 바다에 대한 그들의 철학적 태도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 모아나, 마오리족의 전설에서 태어난 디즈니 히로인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애니메이션 '모아나'는 사실 마오리족의 신화와 전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트릭스터(장난기 많은 반신반인)로 등장하는 마우이는 실제로 폴리네시아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이에요. 그는 태양을 붙잡고, 섬을 낚아 올리고, 불을 훔친 인물로 묘사되곤 하죠.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영화 속에 나오는 ‘타푸’와 ‘마나’라는 개념입니다. 타푸(Tapu)는 신성한 금기, 즉 함부로 범할 수 없는 금지된 것을 의미하며 오늘날 우리가 쓰는 ‘탭(taboo)’의 어원이기도 합니다. 반면 마나(Mana)는 인간과 자연, 신 사이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신성한 힘을 의미합니다.
모아나는 바로 이 마나를 회복하고, 타푸의 질서를 다시 세우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지도자가 되어가는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지요.
🐋 전시로 만나는 ‘마나 모아나’ – 신성한 바다의 예술
내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바로 이 오세아니아의 철학과 예술을 생생한 유물과 작품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답니다. 4월 30일부터 9월 14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프랑스 케브랑리-자크시라크 박물관과 공동으로 기획되었고, 무려 18~20세기 유산 171점과 현대 작가들의 작품 8점이 함께 전시됩니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어요.
- 1부 ‘물의 영토’에서는 오세아니아인들이 바다를 항해하며 살아온 방식, 카누 제작 기술, 항해술과 신화적 창조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 2부 ‘삶이 깃든 터전’에서는 멜라네시아의 공동체 문화와 조상 숭배를 중심으로 방패나 가면처럼 삶과 의례가 녹아든 예술을 만날 수 있어요.
- 3부 ‘세대를 잇는 시간’에서는 조상과 신, 인간의 연결을 담은 장신구나 조각을 통해 그들의 철학적 세계관을 느껴볼 수 있고,
- 4부 ‘섬…그리고 사람들’에서는 현대 오세아니아 작가들이 어떻게 전통을 계승하고 해석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자개, 고래 이빨, 깃털 등 자연에서 온 재료들로 만든 장신구는 단순히 아름다움을 넘어 착용자의 정체성과 관계성을 상징한다고 해요.
💎 눈에 보이지 않는 힘, 마나와 타푸
오세아니아 예술에서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예쁘게 만든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들은 예술을 통해 신과 인간, 자연과 사회, 삶과 죽음을 연결했습니다.
목걸이 하나에도 혈통과 조상의 영혼이 깃들어 있고, 조각상 하나에도 공동체 전체의 정체성이 담겨 있지요.
이 중심에는 앞서 언급한 마나(Mana)와 타푸(Tapu)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예술작품이란 결국 보이지 않는 힘을 시각화한 도구였던 셈입니다.
그래서 이들의 조각은 대칭이 정확하지 않거나 눈이 과장되게 크고, 신체 일부가 비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도 그 안에는 누군가의 기억과 권위,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게 바로 ‘신성한 바다의 예술’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 마치며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는 바다를 곁에 두고 있지만 정작 바다를 ‘길’이나 ‘삶’으로 생각해 본 적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세아니아의 예술과 철학은 우리에게 낯설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각을 선사해 줍니다. 바다를 통해 연결되고, 조상과 신의 뜻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한편으론 우리 고유의 문화와도 맞닿아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는 단순히 보기 좋은 예술품을 모아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힘’과 ‘삶의 철학’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어린이 동반 가족 관람객을 위한 콘텐츠도 잘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가족 나들이 장소로도 제격이겠죠?
다가오는 주말 태평양 너머의 문화와 예술을 만나러 국립중앙박물관에 한 번 들러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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